전지적 지원자 시점, 대기업 →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스타트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대기업 경력자의 경험담. 정보의 비대칭 그리고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사이에서 치열했던 그의 고민 과정을 되짚어 봅니다.
“그때 옮기지 못하면 이제 다시는 기회가 안 올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좀 있었어요.”
- 인터뷰 기록 중
직장인이라면 이직을 한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일정 연차가 지나면 경력과 연봉 등 여러 조건으로 인해 움직이기 어려워지기도 하지요.
이번 편은 대기업에 다니던 경력직 근로자가 스타트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을 때 어떤 정보를 가지고 판단했는지 근로자의 시점을 따라가봅니다.
선택지에 없었던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우연한 연결로 시작됐다
사례자는 10년 넘게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이직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선배와 동료들 사례를 보며 연차가 쌓일수록 이직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었지요.
‘다니던 회사에 남아 승진할 수 있을만큼 갈 것인가, 혹은 다른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옮길까.’
이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선택지에 스타트업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한 스타트업으로부터 우연히 연락을 받았습니다. 모르는 회사,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받고 “시간 뺏기는 건 아닐까 잠시 고민했다”고 합니다.
회사를 검색해본 그는 “괜찮아 보여서” 만남을 결정했습니다.
이직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사람’
제가 만난 거의 모든 벤처캐피탈 투자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로 ‘창업자’를 꼽았습니다.
학력이나 경력과 같은 스팩뿐 아니라 가치관과 비전, 리더십 등을 보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한다고들 합니다. 어떤 투자자는 텀을 두고 창업팀을 여러 번 만나며, 만날 때마다 그들이 일관성 있게 자신의 사업을 이야기하는지 지켜본다고 했습니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겠지요.
사례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가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라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창업팀이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만나기 힘든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무엇보다 ‘스케일’이 달랐어요. 단순히 회사를 상장해 본인의 금전적 사회적 성취를 목표한 게 아니라, 기업의 리더로서 비전을 제시했고, 지금도 그 점을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채용 지원자는 쉽게 알기 어려운 스타트업 정보
창업자와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외부인인 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검색으로 알 수 있는 건 회사의 간략한 배경을 다룬 기사들이 전부였죠.
본격적인 채용 절차에 앞서 사무실 투어 기회가 있었지만, 숫자나 팩트와 같은 정량 정보가 아닌 채용 후보자의 호감을 사기 위한 호의적인 제스처로 해석됐습니다.
“나중에 스타트업을 다니며 이 생태계에 대해 알게 됐을 때 특허 수량과 등급, 회사의 투자 라운드와 규모, 투자사 등이 중요하다는 걸 서서히 깨달았어요. 하지만 이직 당시에는 이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판단 자체를 할 수 없었어요.”
그가 참고할만한, 흥미로운 비공개 정보는 시간이 지난 뒤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누적된 투자 현황과 기업가치 전망에 대한 이야기였죠.
보상 패키지, 스타트업 vs 지원자 간 동상이몽
회사가 그에게 처음 제시한 보상 패키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 계약 연봉은 기존 직장보다 높았지만
- 대기업에는 스타트업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성과급이 있었고,
- 대신 여기에 스톡옵션과 리텐션 보너스(Retention bonus, 의무 재직기간을 조건으로 일시 지급하는 현금 보상)를 제시했습니다.
- 그럼에도 당장 원천징수 총액으로 보면 금액이 낮았습니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의 경우, 보통 직급별 연봉 테이블이 있기에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시니어급 경력직은 이직시 계약 연봉 혹은 원천 기준으로 10~15% 이상은 올려야 한다고 통용되는 기준들이 있었기에 사례자에게도 기대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기준에서 연봉과 리텐션 보너스는 확정된 보상금액이었고,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입장에서 냉정하게 ‘스톡옵션’이란 ‘많이 주면 좋은’ 그야말로 옵션,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수표” 같은 것이었지요.
현재가치(돈)냐, 미래가치(스톡옵션)냐 - 그것이 문제로다
사람마다 보상의 무게를 어디에 두는가가 다를 겁니다.
투자 엑시트를 할지 안할지 아니, 내년 상황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근로자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현재가치에 집중해 연봉과 성과급과 같은 현금성 보상을 최대한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연봉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미래가치에 베팅할 것인가의 문제로 나뉘게 되죠.
“사람마다 스톡옵션에 대한 생각이 달라요. 스톡옵션을 준다고 해서 회사가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회사의 가능성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직을 결정하는 건 당연히 연봉인데, 여기서 사람 성향에 따라 갈리더군요.
불확실성이 큰 스톡옵션을 안 받는 대신 연봉을 더 올려달라고 한 직원도 있고, 재직 요건을 안 채우고 미련없이 퇴사한 직원도 있어요.
회사가 만약 상장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현금이 훨씬 많았겠죠. 결론적으로 두 선택이 크게 갈렸습니다."
대기업-스타트업 사이, 그는 무엇을 걸었나?
사례자는 고민했습니다. 대기업의 장단점은 명확했습니다. 안정적이지만 수동적인 근무 환경, 확정된 현금흐름과 풍부한 복지, 설명이 필요없는 네임밸류.
반면 스타트업은 당장의 보상은 크지 않았지만, 가보지 않은 길로의 도전, 이 도전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급등할 수 있는 보상이라는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었지요. 신생 스타트업에게도, 구성원이 될 지원자에게도 그건 도전이었습니다.
그는 과감하게 후자에 그의 커리어를 베팅했고,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다이나믹한 자산 증식에 베팅하는 성향이라면 스톡옵션을 선택하겠지만, 당장 캐시가 중요한 사람에게 이건 의미가 없어요.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예요.
다만 상장과 스톡옵션이 현금화되는 과정을 경험한 동료들의 관점이 달라지는 걸 많이 보게 됐어요.”
스타트업 이직을 결정하기까지, 그 과정에 대한 회고
- 돌이켜보면 그가 스타트업에 이직할지 여부를 판단한 근거는 창업자와의 대화, 몇 안 되는 기사 뿐이었습니다.
- 시간이 흘러 구두로 들은 현재 밸류에이션이 가장 비싼 정보였고, 직원이자 잠재적 투자자로 합류하게 된 그는 재직 기간 내내 이 숫자를 다각도에서 평가했습니다.
-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스톡옵션을 받지 않겠다는 누군가의 선택 또한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스톡옵션을 선택한 누군가의 선택이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는 회사가 제시한 첫 보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음주 목요일(9월 3일)에는 치열했던 협상 과정을 다룹니다.
필자 소개 | 강예지 경제 전문 에디터
숫자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좇으며 14년째 개인과 기업, 사회의 앵글에서 경제를 관찰한 결과를 말과 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왔고, 현재는 KBS 라디오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경제전파사를 더 알고 싶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