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3번의 ‘핑퐁’ - 경력직의 스타트업 스톡옵션 협상 경험담
처음 스톡옵션 제안을 받고 '더 달라'고 한 경력직 이직자의 경험담. 일주일간 3번의 협상 끝에 수량을 2배로 늘렸지만, 그 숫자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는 스스로 찾아야 했습니다. 구체적인 협상 과정과 시행착오로 얻은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회사가 제안한 스톡옵션 수량을 바로 수용하지 마세요.”
- 인터뷰 기록 중
협상보다 통보가 익숙한 우리나라 직장인에게 이직시 보상 협상은 상당한 심적 부담을 줍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이직을 고려하는 경력자라면 마인드를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사례자는 말합니다. 가능성만큼 불확실성이 큰 스타트업에 자신의 커리어를 거는만큼 최대한 보상을 확보하라는 건데요.
이번 편은 스톡옵션 부여부터 행사, 주식 매각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한 사례자의 구체적인 협상 과정과 시행착오로 얻은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협상’을 불편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면접 과정에서 경영진은 사례자에게 원하는 보상을 물었다고 합니다. 그는 간단히 ‘스톡옵션’이라고 답했습니다.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받을지에 대한 협상은 채용부서가 합격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처음 숫자를 제시받고, 일단 더 달라고 했어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진건데, 그게 통했던거죠.”
회사는 그의 문의에 대한 답변과 이유를 정리해 오퍼레터 이메일을 보내왔고, 전화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일주일 사이 왕복 3번의 핑퐁이 오갔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그는 처음 제시받은 것보다 두 배 많은 수량의 스톡옵션과 리텐션 보너스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기업에서 받던 연봉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회성 보상과 스톡옵션이라는 미래 기회를 얻은 것이 성과였지요.
연봉이란 으레 통보라 여겨온 터라 이 과정이 불편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단호히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내가 무리하게 요구하면 상대가 거절할 것이고, 수용할 수 있으면 할 거예요. 협상이란 과정 자체가 그런 거니까, 상대가 내 주장을 안 좋게 보지 않을까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일단 던져보자’, 왜 통했을까?
잘 모르지만 일단 던져보자는 그의 협상 전략이 통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협상 중에 연봉을 깎더라도 스톡옵션을 더 달라는 그의 요구를 회사가 거절한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협상 경험을 쌓으면서 구조를 이해했다는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면접을 보는 부서와 처우 협상을 담당하는 HR 부서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전자의 목표는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해 합격자를 선별하는 것이고, 후자의 미션은 합격자를 무사히 입사까지 성사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허용 가능한 선에서는 합격한 지원자의 요구를 최대한 맞춰주려 합니다.
다만 회사마다 테이블이 있고, 상한이 분명 있어요. 구성원 모수가 적은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이 합격자의 요구안을 논의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시스템에 따라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요구를 하면 사측과 지원자간 협상이 깨지고는 하는 대기업과는 또 다른 점이에요.”
회사가 그에게 내준 숙제
회사는 사례자에게 스톡옵션 부여 방식과 행사가, 베스팅*과 행사시점 등 조건을 모두 고지했습니다.
*베스팅(Vesting): 회사가 스톡옵션을 일정 기간이나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제도.
하지만 이 숫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일은 지원자인 그에게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오퍼레터를 읽으며 그는 하나하나 검색하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정관상 발행가능한 총 주식 수와 내가 받은 수량이 총 발행주식 수의 몇 % 정도인지, 장외 거래가가 얼마인지, 전환사채(CB)*의 전환 조건 등을 더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이런 정보를 더 알았다면 내 행사가가 싼지 비싼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었겠죠.
하지만 이런 정보는 회사가 공개할 마땅한 이유가 없고, 설령 알려준다고 해도 저같은 일반인들이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 투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스타트업에서 흔히 쓰이는 조달 수단.
협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그의 스톡옵션 경험을 두고 “운이 엄청 좋았다”고 표현했습니다.
당시 회사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고 있었고, 적시에 원하는 조건을 갖춘 후보가 나타났기에 사례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것이었죠.
당시 보상 패키지 협상은 처음이었던 사례자가 스톡옵션 조건을 산정하는 데 불리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검색이 전부였는데, 다행히 주변에 스타트업 생리를 잘 알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덕분에 충분히 고민하고 과감하게 지를 수 있었어요.”
지금의 그는 법인 등기부등본과 감사보고서, 장외 시세 등에서 정량적인 숫자를 수집하고, 언론 보도와 업계 이야기 등을 들으며 정성적 정보를 모은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과 비상장 주식의 가치라는 큰 그림을 보기 위함이죠.
그는 이직 과정에서 협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핑퐁을 치라’는 말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내가 받을 스톡옵션 수량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받고, 스스로도 자료를 수집해서 판단해야 해요. 괜찮은 회사인지, 스톡옵션을 행사할지 말지는 판단의 영역이지만, 정보가 있어야 판단을 하죠.
단, 다른 사람과 비교는 하지 말라고 해요. 직무와 연차, 역할 등에 따라 다른 직원과 나의 보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다음주 목요일(10일)에는 직원으로 입사한 그가 스톡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필자 소개 | 강예지 경제 전문 에디터
숫자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좇으며 14년째 개인과 기업, 사회의 앵글에서 경제를 관찰한 결과를 말과 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왔고, 현재는 KBS 라디오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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