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팔다 - 장 시작 9시, ‘시나리오를 잊었다’

상장만 하면 끝일까요?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하고 상장을 기다린 그는 매각 시나리오까지 썼지만 지키지 못했다고 합니다. 상장 첫날부터 며칠간 실제로 벌어진 일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주식을 팔다 - 장 시작 9시, ‘시나리오를 잊었다’
주식을 팔다 - 장 시작 9시, '시나리오를 잊었다' ⓒ경제전파사
“주식이 처음 떨어진 날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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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스톡옵션을 부여받기 부터 2년 재직, 권리 행사, 회사 상장, 주식 매각까지.

이번 편은 이 과정을 모두 겪은 어느 직장인의 마지막 다섯번째 관문, 주식 매각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게 됐지만, 그 며칠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경험과 생각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목차

-권리 행사 후에도 여전한 상장 불확실성
-난생처음 겪어본 상장…"머리도 손도 얼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권리 행사 후에도 여전한 상장 불확실성

“입사할 때 받은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했지만, 회사가 정말 상장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왔고,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주변의 일 잘하는 동료들이 나가고 불안감이 커졌어요.”

상장 시나리오 외에 그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당시 장외주가가 그의 행사가보다 조금 더 높았기에 양도소득세를 내고서라도 가진 주식의 일부 또는 전량을 장외로 파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만큼 기대 수익이 높았기에 버티기로 맘먹었다고 합니다.

“비상장일 때 팔기에는 당시에 제가 기대한 엑시트 수익에 너무 못 미쳤어요. ‘결국 언젠가는 반드시 상장할거다’ 하면서 ‘기도 매매’로 버텼죠.”

다행히 그의 고민이 극에 달할 때쯤 회사의 상장이 가시화되었습니다. 

난생처음 겪어본 상장…"머리도 손도 얼었다"

상장을 앞두고 그가 썼다는 주식 매각 시나리오를 살펴보니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상장 첫날부터 약 열흘간 주가가 오를 때, 보합일 때, 내릴 때 각각 주식을 얼마나 팔지 쓰여 있었지요. 

만약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면 수익이 꽤 컸을 법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처음엔 ‘상장 당일 가진 물량의 절반은 팔고, 나머지는 지켜보자’ 보수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장이 가까워질수록 제 기대감이 커졌어요. 뉴스나 장외, 주식 커뮤니티에도 관심이 뜨거웠고요. 결국 원래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계획을 바꿨죠.”
“문제는 상장 당일부터인데, 장이 시작되는 동시에 전날 밤까지 붙잡고 있었던 시나리오를 까맣게 잊어버렸어요. 계좌에 액면가로 찍혀있던 숫자가 9시 땡하고 실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이성을 잃었어요.”

기대처럼 주가가 계속 승승장구였으면 좋았겠지만, 주가는 그의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분할 매도를 무조건 해야 했어요. 주가가 움직이는대로 평가액이 계좌에 찍히지만, 팔아야 비로소 내 돈이 되는건데. 주가가 막 오를 땐 흥분했다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하니 당황해서 머리도 손도 얼어버렸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현재 주식을 모두 판 상태입니다.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주식을 매도했던 그 며칠을 곱씹어본다고 합니다. 

“단 5초 사이에도 컴퓨터 화면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 말이 제가 매도를 클릭하는 순간까지도 얼어있었대요."
"시나리오대로 기계적으로 움직였으면 훨씬 많이 벌었을텐데, 호가창만 바라보고 있다가 등락 패턴에 질려서 어느 순간 놔버렸어요. 굉장한 패착이었고, 자책했어요. ‘인터스텔라’ 영화처럼 그날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욕심내지 말고 바로 팔아, 제발!’이라고 하고 싶어요.”

그의 바람과는 달리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자, 결국 그는 가지고 있던 물량을 모두 털었다고 합니다.

상장 시나리오의 목표치에서는 한참 멀었지만, 여전히 ‘월급쟁이’에게는 충분히 큰 수익이었습니다.

“그 며칠 사이 일장춘몽처럼 사라진 꿈이 많죠. 월세받는 직장인, 자동차 구매, 노후계획 등등… 주식 판 돈으로 대출을 거의 갚았으니 많이 벌긴 벌었어요. 남들 보기에는 굉장히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 마치 손에 쥐었다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어서 아이러니했어요.”

아직 그의 주변에는 주식을 팔지 않은 동료들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주가가 기업가치 본질에 한참 못 미칠만큼 저렴하다고 여겨진다는 점이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그의 말처럼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고, 그의 잊을 수 없는 엑시트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10월 1일(목)에는 주식을 매각한 이후 현재, 그와의 인터뷰를 담은 에필로그를 전합니다. 


필자 소개 | 강예지 경제 전문 에디터

숫자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좇으며 14년째 개인과 기업, 사회의 앵글에서 경제를 관찰한 결과를 말과 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왔고, 현재는 KBS 라디오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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