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분석] 집값 안정의 전제조건
대출 규제와 전세 시장의 안정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2021년 도입된 DSR 40% 규제와 2026년 공급 부족이 맞물린 현재의 금융 환경을 Editor's Note로 정리했습니다.
📌 핵심 분석 (Executive Summary)
- 금융 규제의 영향력: 금리 인상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주택 구매력을 억제하여 가격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 전세 시장의 연동성: 매매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 시장의 완행이 필수적이며, 전세대출이 매매가를 지지하는 '하한선'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정책의 우선순위: 서민 주거 안정(전세대출 보장)과 집값 안정(대출 총량 규제) 사이에서 정부가 겪는 딜레마를 분석합니다.
이 글은 2021년 마일스톤이 작성한 원문을 그대로 수록한 것입니다. 당시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 규제들은 2026년 현재 다음과 같이 안착하거나 변모했습니다.
📌 DSR 40%와 스트레스 DSR의 일상화: 소득 범위 내 대출 원칙인 DSR 규제에 미래 금리 변동성까지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전면 정착되었습니다. 대출 한도가 소득에 정비례하게 되면서 자산 구매력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주택 시장은 '유동성 장세'에서 '소득 기반 장세'로 완전히 재편되었습니다.
📌 전세의 월세화와 아파트 전세의 희소성: 전세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개편되었으나, 아파트는 여전히 전세 선호도가 높습니다. 특히 2026년 입주 물량 급감으로 아파트 전세 매물 귀귀 현상이 이어지며, 높아진 월세 부담을 피해 전세로 유턴하려는 수요가 가격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 금융 규제를 압도하는 공급 절벽: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매수 심리를 억누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수도권 신축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며 '공급 부족'이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되었습니다. 물량 부족이 금융 규제의 하방 압력을 상쇄하며 핵심지 중심의 가격 방어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 뉴 노멀, 2.5% 기준금리 시대: 5%를 상회하던 고금리 터널을 지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 수준에서 안착했습니다. 과거 초저금리 시대와 같은 폭발적인 유동성 팽창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은 예측 가능한 '중금리 시대'의 안정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집값 안정의 전제조건
최근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자 정부 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에 진입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홍남기 부총리 등 정부 관료가 “집값 고점”을 경고한 데 이어 석달만에 “집값 안정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판단 근거는 이렇습니다. 일단 겉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택 시장 지표가 정부 입장에서 긍정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2%입니다. 전주의 0.23%보다 상승폭이 줄었고, 지난달 첫 주 0.28% 상승률 이후 한 달 가량 상승폭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여건 바뀌니…주택 구매력 '뚝↓'
집값이 주춤하는 사이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라는 금융 시장 여건이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섰습니다.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까지 적용됩니다. 돈을 빌리기도 어렵고, 빌리더라도 예전에 비해 비용을 많이 들어갑니다. ‘영끌’ 주택 구입이 쉽지 않게 되는 것이죠.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2억 원을 넘긴 시점에서 성실하게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 금액이 줄고, 이자가 많이 나가면 아무래도 집사기가 어려워지겠죠.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놓게 될 것이고, 집값이 하향세로 전환된다는 것이 정부의 집값 안정 시나리오입니다.

정부의 기대대로 집값이 안정됐으면 좋겠지만,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집값 안정? 전세 시장부터 안정돼야
전세 시장의 안정입니다. 최근에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집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택관련 대출의 절반 가량은 전세대출입니다. 9월 기준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5조7000억 원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2조5000억 원으로 44%가량에 달합니다.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난 7월 4만5000가구에서 8월에는 3만9000가구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은행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2조8000억 원으로 동일했습니다. 전세대출이 전세가격 상승을 유지해주는 구조인 상황입니다.
전세는 매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줄어들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쉬워집니다. 전세가가 오르면 그냥 집을 사자는 매매 수요도 창출합니다. 전세가 이하로는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일종의 저지선 역할도 하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시세와 전세시세 차이는 4억4748만 원입니다. KB부동산 기준으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 원이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하면 필요한 자기자본은 4억 원 남짓으로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4억 원만 조달할 수 있으면 11억 원 넘는 아파트도 살 수 있습니다.
여론 눈치보다 전세대출 규제 제외
그런데 정부의 대출 규제에 전세대출은 제외됐습니다. 당초 정부는 전세대출도 DSR에 넣어 소득 만큼만 빌려주려고 했지만, 최종 대책에서는 빠졌습니다. 전세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정부의 이런 판단은 집값 안정만 놓고 보면 분명 허점입니다. 지난 글에서 임대차3법과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전세난이 가중됐다고 했는데, 전세대출까지 잘 나온다면 전세가격 상승이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당국이 SGI서울보증을 통해 고가 전세대출 보증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세주택은 규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서민 주거안정 때문이죠.
정부의 고민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대출을 막으면 전세가 상승은 막을 수 있지만, 돈을 구하지 못한 전세 세입자는 월세로 전환해야 합니다. 월세보다는 전세가 주거비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의 불만은 예상되고도 남습니다.
정책 우선 순위, 이젠 결정할 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전세대출을 보장하는 것이 주거안정을 위한 길은 아닙니다. 계속 높아지는 전세가격을 마주하게 된 임차인이 그냥 저렴한 서울 외곽 아파트나 빌라를 산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겁니다. 전세대출이 결과적으로 매매수요를 창출하는 고리를 만드는 셈입니다.
당연히 정부는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을 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세 세입자 보호와 집값 안정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지 모릅니다. 결국 정부가 정책의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도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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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파사 전문 필진]
마일스톤 / 신문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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