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경제 이야기



저자 소개
달빛행진 / 저널리스트
경제기자를 업으로 삼다 친절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경제전파사를 만들었습니다. 일상에서 경제를 찾아 따끈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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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커피 꾸안꾸, 함부로 따라하지 마세요

이원종
2021-07-16

[펠트커피 광고 아닙니다]

간판도 없는 커피집…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지인과 요즘 '핫하다'는 신촌 커피집에 갔습니다. 펠트커피였습니다. 가는 길이 복잡했습니다. 큰 길 옆이 아닌 주택가 골목길에 있었습니다. 초행길이라 꽁꽁 숨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간판이 없었습니다. 매장 안에는 의자도 몇 개 없었습니다. 음료를 놓을 수 있는 탁자는 아예 없었습니다. 등을 기댈 수 있는 건 벽 뿐이었습니다.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불편해 보였습니다.

펠트커피 가는 길, 골목길에 숨어있습니다 / 사진 : 경제전파사


펠트커피 외관, 피아노학원이었던 걸까요? / 사진 : 경제전파사

혼자 오롯이 커피만 마시고 가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처음 봤습니다. 매장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봤습니다. 그 분이 마신 커피는 '따아'였습니다. 그날은 무척 더웠습니다.

이 정도면 커피의 맛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장 인프라 모든 게 친절하지 않은데, 커피를 음미하고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장사가 잘 되는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간판도 없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펠트커피 내부, 테이블 없는 일자 의자라니 문화충격입니다 / 사진 : 경제전파사

상권 자체가 좋지 않을까? 근데 웬걸...

상권 자체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펠트커피가 위치한 곳은 젊은이가 많이 찾는다는 신촌입니다. 매장을 중심으로 커피전문점 상권을 분석해 봤습니다.


  출처 : 소상공인진흥공단

20~30대 젊은층의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통적 의미에서 대학가로 볼 수 있었지만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던 건 의외였습니다. 여성 매출이 남성보다 높은 것은 예상했습니다. 매장에 머물러 커피를 마실 때에도 여성 손님이 훨씬 많았습니다.

다만 이 지역의 전반적인 업종별 매출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지난해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여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이 많은 곳에서 젊은층의 소비수요와 맞닿아 있는 커피전문점 매출이 하향세를 나타낸 것은 의외였습니다.

성장성과 안정성, 영업력, 구매력, 집객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전체 상권평가에서도 구매력이 높긴 했지만 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상권평가를 시계열로 분석한 상권평가지수도 하향세가 뚜렷했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차리기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출처 : 소상공인진흥공단

트렌디한 분위기 때문에???

지인 중 커피애호가 10명에게 펠트커피 매장의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간판 없는 매장과 노골적인 시멘트 바닥, 몇 개 있지도 않은 의자 등이었습니다. 9명이 사진을 보고 '분위기가 핫하다', '트렌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신촌은 물론 서울 시내에서 비슷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갖고 있는 커피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인테리어나 쉴 수 있는 공간을 어필하는 곳보다 이른바 '맛집'을 내세운 곳이 그렇습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콘셉트, 요즘 말로 '꾸안꾸' 스타일입니다. SNS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기표현'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조차 하나의 콘셉트가 됐습니다. 이마저도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억지스럽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펠트커피는 이 핵심을 잘 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편함을 참고 앉아 있는 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이 어떻게 이 핵심을 잘 살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펠트커피 내부 / 사진 : 경제전파사


인테리어? 필요조차 없었다

3주 정도 뒤 다시 이 곳을 찾아 인테리어나 내부 콘셉트는 어떻게 계획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예상은 빗나갔고, 질문은 틀렸습니다. 펠트커피 사장님은 인테리어가 없는 게 콘셉트라면 콘셉트였습니다. 인테리어는 외려 본질을 가린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 매장은 커피전문점이 아닌 쇼룸으로 시작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커피 음료를 판다기보다 커피제품을 전시하고 공개해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장소였습니다.

펠트커피 사장님의 사업도 커피원두를 로스팅해 납품하는 것이 메인이었습니다. 펠트커피는 현재 300곳이 넘는 카페에 원두를 납품 중이고, 연 매출도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로지 커피 맛만 신경 쓰겠다는, 자신의 전략을 밀어 부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겁니다.

이러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 없었을 겁니다. 다만 '꾸안꾸' 스타일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가 펠트커피 사장님 입장에선 고마웠을 겁니다.


트렌디한 카페가 알고보니 쇼룸이었다니 / 사진 : 경제전파사

꾸안꾸 커피집? 그냥하면 큰 코 다쳐요

창업이나 은퇴 후 인생 2막으로 커피집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전문점을 차리는 것보다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합니다. 꾸안꾸 스타일의 커피 매장은 접근하기 더 쉬워 보입니다. 프랜차이즈 비용이나 고가의 인테리어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곳을 택한다면 임대료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펠트커피 같은 꾸안꾸 스타일의 커피집은 신촌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의 커피집이 모두 잘 되는 건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업종이 몇 번씩 바뀌는 걸 보았고, 주인이 앉아서 졸고 있는 것도 자주 경험했습니다.

사진 : 경제전파사

무엇보다 인테리어나 콘셉트를 포기하고 맛으로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케팅에 공을 들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소문을 타다 단골 손님이 늘어나야 합니다. 외지에서 일부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는다면 더욱 좋습니다. 어찌됐든 시간이 필요합니다. 펠트커피 같은 힘도 필요합니다.

시간의 힘은 결국 돈입니다. 고정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맛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펠트커피는 원두납품처럼 확실한 '뒷배'를 차고 있었습니다. 커피 맛부터 정평이 나 있었으니 전투경험 많은 장수가 '이길 수 있는 전쟁'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기 쉬울 것 같다고 무턱대고 꾸안꾸 스타일을 따라해선 안됩니다. 예전에 본 4컷 만화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맛집을 방문한 리포터가 주인에게 음식 맛의 비결을 묻자, 주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건물주입니다."




달빛행진 / 경제전파사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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