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판 만이다아~"
8살 딸아이가 아울렛 매장 한 켠에서 (옷 파는 매장 안에 게임기가 웬 말인가요 ㅡㅡ) 슈팅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귀여운 공룡 캐릭터들에게 사정없이 총을 쏘는 모습에 저도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딸아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 엄마를 껴안고 울고 있더라고요. 아주아주 서럽게. '엄마가 게임을 안 시켜줬나 보구나... 그 마음 이해한다 아들'
어느덧 딸이 게임을 다하고 가려고 하는데 남자아이 어머니가 제게 오시더라고요.
"혹시 이 게임 돈을 넣고 하셨나요?"
"예예, 500원 2개 넣으시면 돼요, 은근히 비싸네요"
아들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게임 가격을 여쭤보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저희 아들이 500원을 넣었는데 게임이 안 돼서 저희가 500원을 더 바꾸러 갔었거든요. 근데 그 사이에 오셔서 게임을 하셔서요..."
"아..."
남자아이는 게임을 못해서 아니라, 자기 게임을 저희가 가로챘다고 생각해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겁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전 곧바로 천 원을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500원만 주셔도 된다고 하셨지만, 전 1000원을 다 드렸습니다.
사실 딸이 게임을 하면서 "아빠, 이 게임 진짜 오래한다. 안 끝나~" 그랬거든요.
게임기 오작동인지는 몰라도 저흰 천 원을 내고 두 게임을 했으니, 한 게임은 저희 몫이 아니었습니다.
"아들, 그래서 그렇게 울었구나~ 미안해"
만약 누군가의 돈을 온전하지 않은 경로로 얻게 됐다면...
요즘 많은 현금을 갖고 다니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럴까요??ㅠ)
그러다보니 모바일 뱅킹이나 간편 송금 등을 많이 하는데요.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내는 경우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네요.
2017년엔 이런 경우가 11만 5천 건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20만 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 돌려받지 못한 경우가 지난해에만 10만 1천 건 정도였다고 합니다. 절반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거죠. (돌려 달라고 했는데도, 안 준 걸까요??;;;)
착오송금 발생 및 미반환 현황 / 자료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알고 보니 절차가 복잡하긴 했습니다.
일단 돈을 보낸 은행과 받은 은행을 모두 알아봐야 하고요. 내가 돈을 보냈다는 걸 확인을 해야겠죠? 이게 끝나면 돈을 받은 사람과 연락해 반환 요청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받은 계좌 주인이 '돈을 돌려줄 수 없다' 혹은 연락이 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을 해야 하는데요. 이 기간이 보통 반 년 이상 걸린다고 하네요. (그 기간 돈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이러다 보니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겁니다.
물론 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합니다. 돈을 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획에도 없던 행위' 등을 추가로 해야 하니까요. 추산하기도 애매한 손실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거죠.
이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예금보험공사가 나섰습니다. 잘못 보낸 돈을 일단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돌려준다는 겁니다. 돈을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서 돈을 먼저 줘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중에 돈을 받아 채워 넣는 식이죠.
다만, 모든 금액이 다 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5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 금액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5만원 보다 적으면, 돈 찾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고요. 천 만원이 넘으면 소송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부족한 부분을 사회 시스템이 메워주는 건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나름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회까지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기 전에, 서로의 넓은 아량으로 일을 해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로 돈을 보낸 사람에게 그 돈은 정말 소중한 돈이었을 겁니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요.
물론 자신의 실수도 감안은 해야 하겠지요. 돈을 받은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집 가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천원 주지 말 걸 그랬나?"
"아빠, 우는 거 못 봤어? 걔 꺼니까 돌려줘야지"
달빛행진 / 경제전파사 종사자
경제기자를 업으로 삼다 친절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경제전파사를 만들었습니다. 일상에서 경제를 찾아 따끈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딱 1판 만이다아~"
8살 딸아이가 아울렛 매장 한 켠에서 (옷 파는 매장 안에 게임기가 웬 말인가요 ㅡㅡ) 슈팅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귀여운 공룡 캐릭터들에게 사정없이 총을 쏘는 모습에 저도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딸아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 엄마를 껴안고 울고 있더라고요. 아주아주 서럽게. '엄마가 게임을 안 시켜줬나 보구나... 그 마음 이해한다 아들'
어느덧 딸이 게임을 다하고 가려고 하는데 남자아이 어머니가 제게 오시더라고요.
"혹시 이 게임 돈을 넣고 하셨나요?"
"예예, 500원 2개 넣으시면 돼요, 은근히 비싸네요"
아들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게임 가격을 여쭤보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저희 아들이 500원을 넣었는데 게임이 안 돼서 저희가 500원을 더 바꾸러 갔었거든요. 근데 그 사이에 오셔서 게임을 하셔서요..."
"아..."
남자아이는 게임을 못해서 아니라, 자기 게임을 저희가 가로챘다고 생각해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겁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전 곧바로 천 원을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500원만 주셔도 된다고 하셨지만, 전 1000원을 다 드렸습니다.
사실 딸이 게임을 하면서 "아빠, 이 게임 진짜 오래한다. 안 끝나~" 그랬거든요.
게임기 오작동인지는 몰라도 저흰 천 원을 내고 두 게임을 했으니, 한 게임은 저희 몫이 아니었습니다.
"아들, 그래서 그렇게 울었구나~ 미안해"
만약 누군가의 돈을 온전하지 않은 경로로 얻게 됐다면...
요즘 많은 현금을 갖고 다니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럴까요??ㅠ)
그러다보니 모바일 뱅킹이나 간편 송금 등을 많이 하는데요.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내는 경우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네요.
2017년엔 이런 경우가 11만 5천 건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20만 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 돌려받지 못한 경우가 지난해에만 10만 1천 건 정도였다고 합니다. 절반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 거죠. (돌려 달라고 했는데도, 안 준 걸까요??;;;)
착오송금 발생 및 미반환 현황 / 자료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알고 보니 절차가 복잡하긴 했습니다.
일단 돈을 보낸 은행과 받은 은행을 모두 알아봐야 하고요. 내가 돈을 보냈다는 걸 확인을 해야겠죠? 이게 끝나면 돈을 받은 사람과 연락해 반환 요청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받은 계좌 주인이 '돈을 돌려줄 수 없다' 혹은 연락이 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을 해야 하는데요. 이 기간이 보통 반 년 이상 걸린다고 하네요. (그 기간 돈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이러다 보니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겁니다.
물론 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합니다. 돈을 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획에도 없던 행위' 등을 추가로 해야 하니까요. 추산하기도 애매한 손실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거죠.
이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예금보험공사가 나섰습니다. 잘못 보낸 돈을 일단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돌려준다는 겁니다. 돈을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서 돈을 먼저 줘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중에 돈을 받아 채워 넣는 식이죠.
다만, 모든 금액이 다 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5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 금액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5만원 보다 적으면, 돈 찾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고요. 천 만원이 넘으면 소송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부족한 부분을 사회 시스템이 메워주는 건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은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나름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회까지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기 전에, 서로의 넓은 아량으로 일을 해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로 돈을 보낸 사람에게 그 돈은 정말 소중한 돈이었을 겁니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요.
물론 자신의 실수도 감안은 해야 하겠지요. 돈을 받은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집 가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천원 주지 말 걸 그랬나?"
"아빠, 우는 거 못 봤어? 걔 꺼니까 돌려줘야지"
달빛행진 / 경제전파사 종사자
경제기자를 업으로 삼다 친절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경제전파사를 만들었습니다. 일상에서 경제를 찾아 따끈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