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평가도 사뭇 달라졌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래성장동력 분야입니다. 이걸 갖추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를 이전보다 더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효성그룹은 좋은 평가가 많습니다. 친환경 대명사인 수소 사업에 예전부터 투자했기 때문이죠.
성과도 있었습니다. 자회사 실적이 껑충 뛰면서 그룹 시가총액이 무려 73.1%가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5조 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올해 1분기에는 9조 원대로 크게 올랐죠. 여러모로 '선견지명'을 칭찬해야 할 분위깁니다. 하지만, 아쉬운 게 눈에 띄네요. 그게 뭘까요?
(자료 : 효성그룹)
수소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었죠. 그런데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이른바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 색깔로 구분하는데요. 메탄에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가해 만든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이 그레이 수소는 생산비용이 kg당 평균 1달러 정도로 가장 저렴해요. 수소 생산방식 중에서도 가장 초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생산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혈안인 와중에,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구조인 셈이죠. 그런데 효성이 가장 많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이 그레이 수소입니다.
출처 : 한국가스공사
그레이 수소는 효성그룹의 수소시대를 이끌고 있는 효성중공업이 주도할 전망이에요. 배전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했던 곳이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데요. 이미 2008년부터 수소 충전소를 보급했던 효성중공업은 이 시장 점유율만 40%로 국내 1위 기업입니다.
지난 4월엔 독일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어요. 단일 수소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오는 2023년부터 가동될 예정입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1조원을 더 투입해 연 생산능력을 3만 9천톤까지 끌어올릴 예정이에요. 가히 올인 분위기라고 봐도 될까요?
출처 : 린데그룹
그런데 이 곳에서 생산한 액화수소가 바로 그레이 수소로 볼 수 있어요. 공장 특성 때문입니다. 이 곳은 용연공장이라는 곳인데, 플라스틱 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죠. 효성이 이 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소를 연료용 액화수소로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프로필렌도 생산하고 액화수소도 뽑아보자는 심산이었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다보니 그레이 수소로 묶였던 겁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좋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셈이죠.
물론 그레이 수소도 긍정적인 면은 있어요. 그레이 수소는 다른 수소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단 수소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돼야 관련 생태계가 만들어져 수소 경제도 만들어질 테니까요. 이 과정에서 효성에게 돌아올 이익이 아예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생태계가 생길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네요.
걱정해야 할 건 또 있어요. 액화수소의 상용화 시기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일부라도 대체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 뒤라고 예상하고 있고요, 블룸버그NEF는 2050년은 돼야 전체 에너지 수요의 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확실한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효성중공업 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해요. 효성중공업은 이번 사업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올 1분기 현금성 자산은 519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부채비율도 270% 수준으로 재무건전성도 걱정인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300억원 수준입니다. 효성중공업은 물론 그룹 내에서도 자금흐름을 개선시킬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입니다. 모두가 박수치는 상황에서 그레이 수소에 올인하는 듯한 효성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MoneyCho / 글로벌 시장정보 제공 업체 Industrial Info Resources에서 CSR로 근무
기업에서 산업까지 아우르는 머니조의 이야기. 12개 주요 산업들의 트랜드와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시선을 전달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평가도 사뭇 달라졌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래성장동력 분야입니다. 이걸 갖추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를 이전보다 더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효성그룹은 좋은 평가가 많습니다. 친환경 대명사인 수소 사업에 예전부터 투자했기 때문이죠.
성과도 있었습니다. 자회사 실적이 껑충 뛰면서 그룹 시가총액이 무려 73.1%가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5조 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올해 1분기에는 9조 원대로 크게 올랐죠. 여러모로 '선견지명'을 칭찬해야 할 분위깁니다. 하지만, 아쉬운 게 눈에 띄네요. 그게 뭘까요?
(자료 : 효성그룹)
수소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었죠. 그런데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이른바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 등 색깔로 구분하는데요. 메탄에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가해 만든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이 그레이 수소는 생산비용이 kg당 평균 1달러 정도로 가장 저렴해요. 수소 생산방식 중에서도 가장 초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생산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혈안인 와중에,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아이러니한 구조인 셈이죠. 그런데 효성이 가장 많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 이 그레이 수소입니다.
출처 : 한국가스공사
그레이 수소는 효성그룹의 수소시대를 이끌고 있는 효성중공업이 주도할 전망이에요. 배전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했던 곳이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데요. 이미 2008년부터 수소 충전소를 보급했던 효성중공업은 이 시장 점유율만 40%로 국내 1위 기업입니다.
지난 4월엔 독일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어요. 단일 수소 공장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오는 2023년부터 가동될 예정입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동안 1조원을 더 투입해 연 생산능력을 3만 9천톤까지 끌어올릴 예정이에요. 가히 올인 분위기라고 봐도 될까요?
출처 : 린데그룹
그런데 이 곳에서 생산한 액화수소가 바로 그레이 수소로 볼 수 있어요. 공장 특성 때문입니다. 이 곳은 용연공장이라는 곳인데, 플라스틱 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죠. 효성이 이 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소를 연료용 액화수소로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프로필렌도 생산하고 액화수소도 뽑아보자는 심산이었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다보니 그레이 수소로 묶였던 겁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좋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셈이죠.
물론 그레이 수소도 긍정적인 면은 있어요. 그레이 수소는 다른 수소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수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단 수소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공급돼야 관련 생태계가 만들어져 수소 경제도 만들어질 테니까요. 이 과정에서 효성에게 돌아올 이익이 아예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생태계가 생길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네요.
걱정해야 할 건 또 있어요. 액화수소의 상용화 시기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일부라도 대체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 뒤라고 예상하고 있고요, 블룸버그NEF는 2050년은 돼야 전체 에너지 수요의 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확실한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효성중공업 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해요. 효성중공업은 이번 사업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올 1분기 현금성 자산은 519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부채비율도 270% 수준으로 재무건전성도 걱정인데,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3300억원 수준입니다. 효성중공업은 물론 그룹 내에서도 자금흐름을 개선시킬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입니다. 모두가 박수치는 상황에서 그레이 수소에 올인하는 듯한 효성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MoneyCho / 글로벌 시장정보 제공 업체 Industrial Info Resources에서 CSR로 근무
기업에서 산업까지 아우르는 머니조의 이야기. 12개 주요 산업들의 트랜드와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시선을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