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님, 저희가 이번에 집 수리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니 중개수수료 좀 싸게 해주세요~"
"하하하. 사장님, 복비 깎으면 복이 달아난대요. 좋은 집 구하셨으니까 아까워하지마시고 이정도는 주세요~"
부동산 매매 거래를 마친 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수를 얘기하는 순간 흔히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다. 필자가 회계법인, 자산운용사에서의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에서 벗어나 중개사무소를 오픈하여 C2C(Customer to Customer) 시장에 뛰어든 지도 어언 4년차. 거래 상대방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바뀌었음을 가장 잘 느끼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개보수 협의(?) 시간이다. 특히나 거래금액이 큰 매매 중개 건은 불과 몇 십초(?)만에 끝나는 이 협의에 따라 수수료가 백만원 단위로 조정되기도 한다. 무협지 속 주인공이 마교 교주와 결정적인 초식을 나누는 순간처럼 이 시간에는 긴장감이 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과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공인중개사 상호 간의 숨막히는 허허실실 눈치작전이라니. 생각만 해도 숨막히니 생각은 그만.
중개보수를 잘 협의하는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이 중개보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부터 알아보자.
서울시에 소재한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아래 첨부한 서울특별시 주택중개보수에 관한 조례 제2조, 별표1을 따른다.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에서 결정한 아래의 요율표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주택은 아래의 요율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표에서 보듯이 중개보수는 거래내용(매매 또는 임대차)과 거래금액 별로 상한요율과 한도금액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8억원의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에는 상한요율은 0.5%이므로 8억 x 0.5% = 400만원이 중개보수 상한이 된다. 이때 부가가치세는 별도이므로 최종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440만원이 된다. 단, 중개업자가 간이과세자인 경우에는 부가세를 지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전세 4억원으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상한요율이 0.4%다. 4억 x 0.4%이므로 160만원이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할 경우 176만원이 된다. 그럼 월세(보증금액이 크고 월세비율이 작은 경우에는 반전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는 수수료가 어떻게 될까? 보증금 2억, 월세 150만원으로 아파트를 계약한다고 해보자. 중개수수료 산정시 월세는 보증금으로 전환하여 계산되고, 전환시 배수는 100이다. 즉, 보증금 2억 + 월세 150만원 x 100 = 3.5억원으로 환산보증금이 계산된다. 3.5억원에 해당되는 요율구간은 0.4%이니, 3.5억 x 0.4% = 140만원이 되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154만원이 된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상한요율이 0.3~0.6%로 정해진 구간은 중개보수금액이 아주 크지는 않아서 대부분 중개사와 고객이 적절한 선에서 협의해서 넘어가게 된다.
갈등이 발생하는 구간은 표의 제일 마지막 "1천분의 ( ) 이내"로 표시된 협의구간이다.
매매는 9억원 이상일 때 0.9% 이내에서, 임대차는 6억원 이상 일때 0.8%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중개사가 서로 협의하여 결정"하라고 기재되어 있다. '협의'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거래당사자는 갈등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서로가 생각하는 적정 중개보수에 대한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아파트를 15억에 매매한 후 중개보수를 0.9%로 협의하면 1350만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최대 148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할 중개의뢰인 입장에선 본다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기준 도시근로자 4인가족의 월평균소득이 709만원이다. 중개보수로 두 달 치 생활비도 아닌 두 달 치 소득 전체를 지급해야 한다는 건데, 이는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큰 금액이라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 대부분 이 협의 구간의 중개보수 상한인 0.9%를 기준으로 기사를 쓰곤 한다.
현장에선 어느 선에서 이뤄지고 있을까? 대부분의 중개사들이 다 0.9% 수수료로 건당 수천만원, 연간 수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을까? 부동산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현실과 간극이 있다. 실제 협의구간의 중개보수는 대부분 0.4~0.6% 사이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필자가 있는 과천도 그렇지만 강남이나 서초, 송파, 경기도의 판교, 광교 등 실제 10억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의 반경 3km에는 중개업소 수십 군데가 존재한다. 자유경쟁체제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한 건이라도 더 거래를 완성시켜야 하는 공인중개사가 중개수수료 0.9%를 고집한다는 것을 회계적으로 표현하면 '계속기업의 가정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요즘처럼 지역카페, SNS 등이 발달한 시대에서 0.9% 수수료를 받았다가 자칫 해당 정보가 지역 내에 돌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매도인이나 임대인으로부터 물건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애초에 0.9%로는 고객과 협의자체가 어렵다. 0.9%는 중개의뢰인과 공인중개사간의 협의할 수 있는 상한이지, 확정요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개보수 0.9%를 주장하는 공인중개사를 만난다면
간혹 개업 공인중개사가 계약서와 함께 작성하는 확인설명서의 중개보수란에 기재되는 0.9%를 가지고서 "당신이 0.9% 기재된 확인설명서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았냐"며 0.9%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하게 알아두자. 확인설명서의 이 해당 요율은 상호간 협의된 중개보수의 요율을 적는 란이긴 하지만, 동일한 확인설명서로 임대인-임차인 혹은 매도인-매수인 모두에게 설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각각 개별적으로 협의된 중개보수를 기재하기가 어렵다(중개보수를 다르게 받을 수 있으므로). 그래서 실무상 중개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기재되는 중개보수 상한은 그대로 둔채 계약을 진행하고 추후에 협의를 진행한다. 혹시라도 공인중개사가 이를 근거로 0.9%를 요구할 경우에는 겁먹지 말고 "난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 된다. 법률적으로 봐도 중개보수 0.9%에 대한 공인중개사 일방의 청약은 있으나 상대(나)의 승낙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이는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0.9%로 협의했다고 주장한다면 입증책임 또한 공인중개사에게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수백군데의 중개업소 중에 일부에서는 협의없이 0.9%를 강하게 주장하는 중개사가 있음을 필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기가 센 중개사한테 한번 데이면 그때부터 고객은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며 업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개보수에 관한 이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바로 "사전협의"다. 처음 해당 부동산을 방문했을 때 바로 협의하는 것, 늦어도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반드시 협의하는 것이다. 만약 이때 협의가 안되거나 생각한 금액보다 너무 비싼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쿨하게 다른 중개업소로 가면 된다.
필자가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를 생각해보면, 기업이 거래 상대인 경우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 실무자 간에 계약서 등을 교환하며 서로의 조건을 맞춰서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이 안 맞거나 수수료 차이가 크면 계약은 당연히 불발되고, 업무는 애초에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점이나 카페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방문한 곳의 메뉴판을 보고 금액이 예상보다 비싸면 "다음에 올게요~"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중개업소 또한 마찬가지다. 중개는 하나의 '서비스·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은 사전에 협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간혹 고객이 중개보수를 물어보면, 계약도 하기 전에 중개보수부터 얘기한다며 화내는 중개사도 있다고 하는데 이럴 땐 마음 상하지 말고 바로 그곳을 나오면 된다. 음식점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슷한 맛이라면 싸거나, 혹은 친절한 곳에 가지 않던가. 또한 특정 요리만 취급하는 전문 맛집은 비싸지만 제 값을 한다. 어차피 지불해야 할 돈이라면 저렴하거나, 친절하거나, 혹은 전문성이 남다른 곳을 찾아가서 거래하면 된다. 잊지 말자. 중개업 또한 서비스 업종이며, 서비스 업종은 늘 타 업체와 경쟁을 한다. 어느 업체를 선정할지 최종결정권은 본인에게 있다.
노파심에서 조금 더 얘기하면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0.1%로 요구하거나 무료로 해달라고는 하지 말자. 공인중개사가 집 한번 보여주고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스타벅스를 떠올려보자. 스타벅스 원두값이 400원이라고, 커피를 400원에 파는 건 아니지 않은가. 커피 값에는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일정 마진 등이 포함된다.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임대료가 높은 상가 1층에 있기 때문에 원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손에 잡히는 경제 이진우 기자가 쓴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보면 같은 취지에서 모든 중개업소를 2층 이상으로 올리는 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또한 중개사도 사람인지라 협의된 중개보수가 클수록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너무 깎으려고만 하지 말고 적절한 보수로 사전 협의해보자.
국민권익위에서 제시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이 다음달 중으로 확정된다고 한다. 개편안을 살펴보니 범위가 제한되긴 하나 여전히 '협의' 구간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 간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명심하자.
부동산 중개를 원할 때는 나에게 맞는, 조금 더 친절한 부동산을 찾아보기. 그리고 중개보수는 반드시 사전 협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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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주는 회계사 / 현직 공인회계사(KICPA) 겸 공인중개사
국내 빅펌 회계법인과 NPL(부실채권) 전문자산운용사를 거쳐 현재 경기도 과천에서 부동산중개 + 세무회계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증시와 금리에 주목하는 광의의 전문가보다 매일 접하는 우리네 전월세, 우리 집 세금, 아파트 청약 등 리얼 부동산을 다루는 협의의 전문가를 표방합니다. 가깝고도 먼 부동산과 세금을 주제로, 국내 유일 부동산 중개가 주업인 회계사의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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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님, 저희가 이번에 집 수리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니 중개수수료 좀 싸게 해주세요~"
"하하하. 사장님, 복비 깎으면 복이 달아난대요. 좋은 집 구하셨으니까 아까워하지마시고 이정도는 주세요~"
부동산 매매 거래를 마친 후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중개보수를 얘기하는 순간 흔히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다. 필자가 회계법인, 자산운용사에서의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에서 벗어나 중개사무소를 오픈하여 C2C(Customer to Customer) 시장에 뛰어든 지도 어언 4년차. 거래 상대방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바뀌었음을 가장 잘 느끼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개보수 협의(?) 시간이다. 특히나 거래금액이 큰 매매 중개 건은 불과 몇 십초(?)만에 끝나는 이 협의에 따라 수수료가 백만원 단위로 조정되기도 한다. 무협지 속 주인공이 마교 교주와 결정적인 초식을 나누는 순간처럼 이 시간에는 긴장감이 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과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공인중개사 상호 간의 숨막히는 허허실실 눈치작전이라니. 생각만 해도 숨막히니 생각은 그만.
중개보수를 잘 협의하는 방법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이 중개보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부터 알아보자.
서울시에 소재한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 아래 첨부한 서울특별시 주택중개보수에 관한 조례 제2조, 별표1을 따른다.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에서 결정한 아래의 요율표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에 있는 모든 주택은 아래의 요율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표에서 보듯이 중개보수는 거래내용(매매 또는 임대차)과 거래금액 별로 상한요율과 한도금액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8억원의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에는 상한요율은 0.5%이므로 8억 x 0.5% = 400만원이 중개보수 상한이 된다. 이때 부가가치세는 별도이므로 최종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440만원이 된다. 단, 중개업자가 간이과세자인 경우에는 부가세를 지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전세 4억원으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상한요율이 0.4%다. 4억 x 0.4%이므로 160만원이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할 경우 176만원이 된다. 그럼 월세(보증금액이 크고 월세비율이 작은 경우에는 반전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는 수수료가 어떻게 될까? 보증금 2억, 월세 150만원으로 아파트를 계약한다고 해보자. 중개수수료 산정시 월세는 보증금으로 전환하여 계산되고, 전환시 배수는 100이다. 즉, 보증금 2억 + 월세 150만원 x 100 = 3.5억원으로 환산보증금이 계산된다. 3.5억원에 해당되는 요율구간은 0.4%이니, 3.5억 x 0.4% = 140만원이 되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154만원이 된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상한요율이 0.3~0.6%로 정해진 구간은 중개보수금액이 아주 크지는 않아서 대부분 중개사와 고객이 적절한 선에서 협의해서 넘어가게 된다.
갈등이 발생하는 구간은 표의 제일 마지막 "1천분의 ( ) 이내"로 표시된 협의구간이다.
매매는 9억원 이상일 때 0.9% 이내에서, 임대차는 6억원 이상 일때 0.8%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중개사가 서로 협의하여 결정"하라고 기재되어 있다. '협의'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거래당사자는 갈등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서로가 생각하는 적정 중개보수에 대한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아파트를 15억에 매매한 후 중개보수를 0.9%로 협의하면 1350만원, 부가세를 포함하면 최대 148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할 중개의뢰인 입장에선 본다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기준 도시근로자 4인가족의 월평균소득이 709만원이다. 중개보수로 두 달 치 생활비도 아닌 두 달 치 소득 전체를 지급해야 한다는 건데, 이는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큰 금액이라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 대부분 이 협의 구간의 중개보수 상한인 0.9%를 기준으로 기사를 쓰곤 한다.
현장에선 어느 선에서 이뤄지고 있을까? 대부분의 중개사들이 다 0.9% 수수료로 건당 수천만원, 연간 수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을까? 부동산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현실과 간극이 있다. 실제 협의구간의 중개보수는 대부분 0.4~0.6% 사이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필자가 있는 과천도 그렇지만 강남이나 서초, 송파, 경기도의 판교, 광교 등 실제 10억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의 반경 3km에는 중개업소 수십 군데가 존재한다. 자유경쟁체제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한 건이라도 더 거래를 완성시켜야 하는 공인중개사가 중개수수료 0.9%를 고집한다는 것을 회계적으로 표현하면 '계속기업의 가정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요즘처럼 지역카페, SNS 등이 발달한 시대에서 0.9% 수수료를 받았다가 자칫 해당 정보가 지역 내에 돌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매도인이나 임대인으로부터 물건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애초에 0.9%로는 고객과 협의자체가 어렵다. 0.9%는 중개의뢰인과 공인중개사간의 협의할 수 있는 상한이지, 확정요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개보수 0.9%를 주장하는 공인중개사를 만난다면
간혹 개업 공인중개사가 계약서와 함께 작성하는 확인설명서의 중개보수란에 기재되는 0.9%를 가지고서 "당신이 0.9% 기재된 확인설명서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았냐"며 0.9%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하게 알아두자. 확인설명서의 이 해당 요율은 상호간 협의된 중개보수의 요율을 적는 란이긴 하지만, 동일한 확인설명서로 임대인-임차인 혹은 매도인-매수인 모두에게 설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각각 개별적으로 협의된 중개보수를 기재하기가 어렵다(중개보수를 다르게 받을 수 있으므로). 그래서 실무상 중개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기재되는 중개보수 상한은 그대로 둔채 계약을 진행하고 추후에 협의를 진행한다. 혹시라도 공인중개사가 이를 근거로 0.9%를 요구할 경우에는 겁먹지 말고 "난 협의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 된다. 법률적으로 봐도 중개보수 0.9%에 대한 공인중개사 일방의 청약은 있으나 상대(나)의 승낙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이는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0.9%로 협의했다고 주장한다면 입증책임 또한 공인중개사에게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수백군데의 중개업소 중에 일부에서는 협의없이 0.9%를 강하게 주장하는 중개사가 있음을 필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기가 센 중개사한테 한번 데이면 그때부터 고객은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며 업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개보수에 관한 이런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바로 "사전협의"다. 처음 해당 부동산을 방문했을 때 바로 협의하는 것, 늦어도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반드시 협의하는 것이다. 만약 이때 협의가 안되거나 생각한 금액보다 너무 비싼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쿨하게 다른 중개업소로 가면 된다.
필자가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를 생각해보면, 기업이 거래 상대인 경우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 실무자 간에 계약서 등을 교환하며 서로의 조건을 맞춰서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이 안 맞거나 수수료 차이가 크면 계약은 당연히 불발되고, 업무는 애초에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점이나 카페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방문한 곳의 메뉴판을 보고 금액이 예상보다 비싸면 "다음에 올게요~" 하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중개업소 또한 마찬가지다. 중개는 하나의 '서비스·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은 사전에 협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간혹 고객이 중개보수를 물어보면, 계약도 하기 전에 중개보수부터 얘기한다며 화내는 중개사도 있다고 하는데 이럴 땐 마음 상하지 말고 바로 그곳을 나오면 된다. 음식점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슷한 맛이라면 싸거나, 혹은 친절한 곳에 가지 않던가. 또한 특정 요리만 취급하는 전문 맛집은 비싸지만 제 값을 한다. 어차피 지불해야 할 돈이라면 저렴하거나, 친절하거나, 혹은 전문성이 남다른 곳을 찾아가서 거래하면 된다. 잊지 말자. 중개업 또한 서비스 업종이며, 서비스 업종은 늘 타 업체와 경쟁을 한다. 어느 업체를 선정할지 최종결정권은 본인에게 있다.
노파심에서 조금 더 얘기하면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0.1%로 요구하거나 무료로 해달라고는 하지 말자. 공인중개사가 집 한번 보여주고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스타벅스를 떠올려보자. 스타벅스 원두값이 400원이라고, 커피를 400원에 파는 건 아니지 않은가. 커피 값에는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일정 마진 등이 포함된다.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임대료가 높은 상가 1층에 있기 때문에 원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손에 잡히는 경제 이진우 기자가 쓴 '거꾸로 보는 경제학'을 보면 같은 취지에서 모든 중개업소를 2층 이상으로 올리는 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또한 중개사도 사람인지라 협의된 중개보수가 클수록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너무 깎으려고만 하지 말고 적절한 보수로 사전 협의해보자.
국민권익위에서 제시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이 다음달 중으로 확정된다고 한다. 개편안을 살펴보니 범위가 제한되긴 하나 여전히 '협의' 구간이 존재한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 간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명심하자.
부동산 중개를 원할 때는 나에게 맞는, 조금 더 친절한 부동산을 찾아보기. 그리고 중개보수는 반드시 사전 협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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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펌 회계법인과 NPL(부실채권) 전문자산운용사를 거쳐 현재 경기도 과천에서 부동산중개 + 세무회계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제증시와 금리에 주목하는 광의의 전문가보다 매일 접하는 우리네 전월세, 우리 집 세금, 아파트 청약 등 리얼 부동산을 다루는 협의의 전문가를 표방합니다. 가깝고도 먼 부동산과 세금을 주제로, 국내 유일 부동산 중개가 주업인 회계사의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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