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진행된 4333가구 규모 1차 사전청약이 평균 21대 1의 높은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고무된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개발 사업에도 사전청약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내년까지 예상되는 사전청약 물량은 10만 가구로 추산됩니다.
사전청약 확대방안에 따른 공급물량 @국토교통부
청약에 당첨되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과 다름이 없지만, 사전청약은 실제 당첨된 집에 들어가 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보다 2∼3년 정도 앞서 청약을 하는 제도라서 그렇습니다. 올해 진행된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이르면 2026년께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빨라야 5년 뒤에나 살 수 있는 그야말로 미래의 내 집입니다.
'미래의 집' 사라는 정부의 의도
정부가 다소 먼 미래의 집까지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올해와 내년의 전국 아파트 공급량은 각각 32만 2000가구와 37만 4000가구로 추정됩니다. 최근 5년 간 연 평균 아파트 공급량 39만 3000가구를 밑도는 규모입니다. 서울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아파트가 각각 4만 2000가구와 3만 6000가구가 공급됩니다. 5년간 연 평균 서울에 준공된 아파트 4만 2000가구보다 적습니다.
부랴부랴 정부가 205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급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주택 수요 흡수를 위한 수단으로 미래의 집이 동원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 결국 정부의 의도는 “곧 주택이 공급되니 지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려 달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23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은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5만 호로 전망 @국토교통부
거주+투자 목적의 집, 사전청약의 가치는?
그렇다면 정부 말을 듣는 게 유리할까요. 당장 거주할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참 뒤에나 입주할 수 있는 사전청약은 당연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는 행위는 거주의 의미와 동시에 투자의 측면도 있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보편화된 선분양 제도는 일종의 선물투자와 비슷합니다. 아직 실물 집이 없는 상태에서, 비슷하게 꾸며놓은 모델하우스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구조니까요. 공사가 다 끝나 실제 입주시기가 됐을 때 집값이 올라 투자가 성공할 수도, 반대로 떨어져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전청약은 일반 분양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위험 투자 상품입니다.
소비자가 현재 집 말고 미래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려면, 지금보다 미래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미래 상품에 투자할 이유가 없죠.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정부는 줄곧 집값 고점론을 거론하면서 2∼3년 뒤에는 집값 조정 폭이 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사전청약은 매우 위험천만한 투자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 내릴 건데 하락하기 전 가격으로 미리 집을 사라는 격이니 말입니다.
정부의 말과 실제 정책이 꼬여 있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번 정부가 주택 가격에 두고 내걸었던 지나친 자신감이 이런 모순을 부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특정 상품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일어난 마스크 대란 때 “계획경제가 왜 어려운지 알겠다”고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주택도 거래가 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유독 주택에 대해서는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집값 잡기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집값 폭등이라는 지금의 현실로 나타났고, 그 사이 엉켜버린 실타래의 크기도 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전청약이라는 위험상품(?)까지 대규모로 나온 겁니다.
주택 구매자들이 따져야 할 경우의 수
그럼에도 시장에 사전청약 물량이 등장한 만큼 주택 구매자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품 자체로만 보면, 사전청약은 현재 기준에는 나름 괜찮은 상품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말대로 미래에 집값이 조정되더라고 사전청약이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정부가 집값 폭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도 은연 중에 내비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의 급등 못지않게 폭락도 문제니까요.
다만, 사전청약이 위험상품이기 때문에 핸디캡이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긴 시간을 계속 무주택자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 이유로 사전청약 주택의 준공이 늦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상상 속의 내 집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집값 급변을 원치는 않지만, 그래도 5년 이상 미래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분명 리스크입니다. 민간분양에 진행되는 사전청약은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등 세세한 제약이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으로 염두에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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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진행된 4333가구 규모 1차 사전청약이 평균 21대 1의 높은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고무된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공공이 주도하는 도심개발 사업에도 사전청약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내년까지 예상되는 사전청약 물량은 10만 가구로 추산됩니다.
사전청약 확대방안에 따른 공급물량 @국토교통부
청약에 당첨되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과 다름이 없지만, 사전청약은 실제 당첨된 집에 들어가 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보다 2∼3년 정도 앞서 청약을 하는 제도라서 그렇습니다. 올해 진행된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이르면 2026년께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빨라야 5년 뒤에나 살 수 있는 그야말로 미래의 내 집입니다.
'미래의 집' 사라는 정부의 의도
정부가 다소 먼 미래의 집까지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올해와 내년의 전국 아파트 공급량은 각각 32만 2000가구와 37만 4000가구로 추정됩니다. 최근 5년 간 연 평균 아파트 공급량 39만 3000가구를 밑도는 규모입니다. 서울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아파트가 각각 4만 2000가구와 3만 6000가구가 공급됩니다. 5년간 연 평균 서울에 준공된 아파트 4만 2000가구보다 적습니다.
부랴부랴 정부가 205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급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주택 수요 흡수를 위한 수단으로 미래의 집이 동원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 결국 정부의 의도는 “곧 주택이 공급되니 지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려 달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23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은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5만 호로 전망 @국토교통부
거주+투자 목적의 집, 사전청약의 가치는?
그렇다면 정부 말을 듣는 게 유리할까요. 당장 거주할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참 뒤에나 입주할 수 있는 사전청약은 당연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집을 사는 행위는 거주의 의미와 동시에 투자의 측면도 있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보편화된 선분양 제도는 일종의 선물투자와 비슷합니다. 아직 실물 집이 없는 상태에서, 비슷하게 꾸며놓은 모델하우스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구조니까요. 공사가 다 끝나 실제 입주시기가 됐을 때 집값이 올라 투자가 성공할 수도, 반대로 떨어져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전청약은 일반 분양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위험 투자 상품입니다.
소비자가 현재 집 말고 미래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려면, 지금보다 미래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미래 상품에 투자할 이유가 없죠.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정부는 줄곧 집값 고점론을 거론하면서 2∼3년 뒤에는 집값 조정 폭이 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사전청약은 매우 위험천만한 투자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 내릴 건데 하락하기 전 가격으로 미리 집을 사라는 격이니 말입니다.
정부의 말과 실제 정책이 꼬여 있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번 정부가 주택 가격에 두고 내걸었던 지나친 자신감이 이런 모순을 부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특정 상품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일어난 마스크 대란 때 “계획경제가 왜 어려운지 알겠다”고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주택도 거래가 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유독 주택에 대해서는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집값 잡기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가 집값 폭등이라는 지금의 현실로 나타났고, 그 사이 엉켜버린 실타래의 크기도 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전청약이라는 위험상품(?)까지 대규모로 나온 겁니다.
주택 구매자들이 따져야 할 경우의 수
그럼에도 시장에 사전청약 물량이 등장한 만큼 주택 구매자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상품 자체로만 보면, 사전청약은 현재 기준에는 나름 괜찮은 상품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말대로 미래에 집값이 조정되더라고 사전청약이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정부가 집값 폭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도 은연 중에 내비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의 급등 못지않게 폭락도 문제니까요.
다만, 사전청약이 위험상품이기 때문에 핸디캡이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긴 시간을 계속 무주택자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 이유로 사전청약 주택의 준공이 늦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상상 속의 내 집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집값 급변을 원치는 않지만, 그래도 5년 이상 미래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분명 리스크입니다. 민간분양에 진행되는 사전청약은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등 세세한 제약이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으로 염두에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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